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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은 결렬됐고, 시장은 계속 올랐다 — 슈퍼위크의 진짜 관문 (2026.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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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 남긴 세 가지 숙제

개장 전 화면을 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습니다. 야간 선물 플러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강세. 어딘가 평온해 보이는 숫자들인데, 지난 주말은 결코 평온하지 않았습니다. 미국과 이란의 2차 종전 협상이 또 무산됐고, 백악관 만찬장에서는 총격 위협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그러면서도 뉴욕 증시는 사상 최고치를 다시 쓰는 흐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어수선한 뉴스가 쌓이는데 주가는 올라갑니다. 이 괴리를 어떻게 읽어야 할지, 그 답을 이번 주 장이 차례차례 내놓을 것입니다. 일정이 워낙 촘촘합니다. FOMC 결과, 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메타·아마존 실적, 삼성전자 컨퍼런스콜, 파월 의장의 발언까지. 어느 하나도 가볍지 않은 한 주입니다.


미-이란 협상, 창구는 아직 열려 있다

4월 25일 열릴 것으로 기대됐던 2차 종전 협상은 무산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원하면 언제든 전화하라”는 말을 남겼고, 이란도 완전히 등을 돌리지는 않은 분위기입니다. 1차 협상 때와 마찬가지로 핵 포기 요구와 호르무즈 해협 개방 문제에서 양측 입장이 맞닿지 않았습니다.

다만 물밑에서 중재국을 통한 논의는 계속되고 있다는 전언도 들립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취소를 발표한 지 10분도 채 안 돼 이란으로부터 새로운 문서를 받았다고 언급했습니다. 이란이 대화를 완전히 끊지 않겠다는 신호로 읽히지만, 호르무즈 해협의 원유 공급 불안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시장이 지금 주목하는 것은 협상 결렬 그 자체가 아닙니다. 호르무즈가 열리느냐 마느냐가 실물 경제와 직결되는 변수입니다. 금융 시장의 낙관론과 실물 경제의 체감 온도 사이의 간극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는 국면입니다.


코스피 6,500, 코스닥 25년 만의 1,200선

지난 금요일 코스피는 장중 한때 6,500을 건드렸고, 코스닥은 25년 만에 종가 기준으로 1,200선을 웃돌며 거래를 마쳤습니다. 2000년 초 닷컴 버블 시기 이후 처음 보는 수준입니다. AI 반도체 실적 기대감과 중동 휴전 분위기가 맞물리면서 짧은 기간 안에 급격한 상승이 나왔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숫자가 하나 있습니다. 골드만삭스가 최근 한국 증시의 2026년 EPS 성장률 전망치를 130%에서 220%로 큰 폭으로 올렸습니다. 같은 기간 타이완이 34%, 말레이시아가 88%인 것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수준입니다. 한국 시장이 아직 상대적으로 저평가 구간에 있다는 논거가 이 숫자 안에 담겨 있습니다

그렇다고 마냥 안심하기는 이릅니다.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제시한 이번 주 코스피 예상 밴드는 5,800에서 6,700선으로 넓게 열려 있습니다.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올 수 있고, 그동안 소외됐던 저평가 종목군으로 순환이 이루어지는 장세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상승의 방향성은 유지되더라도 속도 조절 구간이 언제든 나타날 수 있습니다.


역사가 반복하는 두 가지 장면

지금처럼 주가가 현실과 괴리된 채 급등하는 장면은 과거에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두 가지 사례가 지금 상황과 겹쳐 보입니다.

첫 번째는 2003년 이라크전 전후의 미국 증시입니다. 전쟁이 시작되던 순간 S&P500은 오히려 반등했습니다.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시장은 이미 최악을 다 반영했다고 판단했고, 전쟁 개시라는 뉴스 자체를 악재 해소로 소화했습니다. 당시 투자자들이 많이 저지른 실수는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너무 일찍 주식을 판 것입니다. 지정학 리스크를 직접적으로 주가에 연동해 팔기를 반복했던 사람들은 이후 랠리를 통째로 놓쳤습니다.

두 번째는 2022년 말부터 2023년 초에 걸친 인공지능 랠리 전야입니다. 금리가 빠르게 오르고 기업 실적 우려가 커지는 환경에서도, 빅테크 기업들의 이익 증가세가 꺾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나스닥은 강하게 반등했습니다. 그 시기 많은 투자자들이 저지른 실수는 금리가 높으니 주식을 살 수 없다는 단선적 논리로 시장을 외면한 것입니다. 이익 증가와 금리 하락 기대가 동시에 작동하면 주가는 높은 금리 환경에서도 오를 수 있다는 사실, 지금 시장도 그 논리 안에 있습니다.

두 사례에서 공통으로 배울 점이 있습니다. 지정학 이슈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시장을 외면하면 기회를 놓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지금의 이익 증가세가 영원히 지속된다고 믿으면 조정 구간에서 흔들립니다. 뉴스와 실물 사이의 간극이 어느 방향으로 좁혀지는지를 계속 점검하는 것이 지금 가장 중요한 태도입니다.


인텔 26년 만의 전고점 돌파가 의미하는 것

인텔이 4월 24일 하루 동안 24% 급등하면서 26년 만에 전고점을 돌파했습니다. 1분기 매출이 135억 8,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약 7% 증가했고, 2분기 가이던스도 시장 예상치인 130억 달러를 훌쩍 넘는 138억에서 148억 달러 수준으로 제시됐습니다. 총이익률 가이던스도 39%로 예상치를 상회했습니다.

핵심은 CPU 수요의 구조적 부활입니다. AI 학습 중심의 시대에서 에이전트 AI 추론 중심의 시대로 전환되면서, 그동안 GPU가 독점하다시피 했던 수요의 일부가 CPU 쪽으로도 흘러들고 있습니다. 에버코아, 시티 등 주요 투자은행들이 일제히 투자 의견을 매수로 상향한 것도 이 맥락에서 나온 것입니다. 12곳 이상의 증권사가 목표 주가를 올렸습니다.

AMD도 같은 날 약 14% 급등했고, 엔비디아는 4%대 상승하며 시가총액 5조 달러를 다시 회복했습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전체가 4% 이상 상승하는 흐름이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인텔의 실적 개선이 경쟁 우위 때문이 아니라 시장 자체의 극심한 공급 부족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공급만 충분했다면 AMD가 더 많은 이익을 가져갔을 것이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흐름
인텔 1Q 매출 전년비 +7% 8분기 만에 첫 증가
2Q 가이던스 138~148억 달러 예상치 130억 달러 상회
인텔 총이익률 39% 제시 예상치 상회
AMD 당일 상승 약 14% CPU 공급 부족 수혜
엔비디아 시총 5조 달러 회복 6개월 만에 복귀


빅테크 실적, 숫자보다 한마디가 더 중요하다

4월 29일(한국 시간 기준 30일 새벽)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메타, 아마존이 동시에 1분기 실적을 발표합니다. 매출과 이익 자체는 나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테슬라조차도 예상치를 상회한 흐름을 감안하면, 나머지 빅테크들이 크게 실망스러운 결과를 내놓을 가능성은 낮습니다.

시장이 진짜 듣고 싶은 말은 실적 발표 이후 CEO들의 입에서 나올 것입니다. AI 설비투자를 얼마나 더 늘릴 것인지에 대한 가이던스입니다. 메타는 올해 설비투자가 전년 대비 약 87% 늘어난 최대 1,350억 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미리 밝혔고, 아마존은 2,000억 달러를 투입하겠다고 했습니다. 알파벳도 최대 1,850억 달러 투자 계획을 공개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회계연도 기준 약 1,050억 달러 규모의 지출이 전망됩니다.

이 기조가 이번 실적 발표에서 유지되거나 확인되면 시장은 안도할 것이고, 비용 부담 우려가 불거지면 단기 차익 실현의 빌미가 될 수도 있습니다. FOMC는 이번에 금리 동결이 유력합니다. 시장의 관심은 파월 의장이 이후 금리 경로에 대해 어떤 신호를 보내는지에 집중됩니다. 별다른 서프라이즈가 없다면 증시에 큰 변수는 아니지만, 발언의 뉘앙스 하나로 채권 시장이 움직이면 주식 시장도 즉각 반응합니다.

빅테크 4사 AI 설비투자 방향성

메타는 올해 최대 1,350억 달러 투자를 예고했습니다. 전년 대비 약 87% 증가한 수준입니다
아마존은 2,000억 달러, 알파벳은 최대 1,850억 달러 규모의 투자 계획을 공개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연간 약 1,050억 달러 지출 전망이 나와 있습니다
이번 실적 발표에서 이 투자 기조가 유지되는지 여부가 이후 반도체와 전력 인프라 수요의 분기점이 됩니다


전력 인프라, 왜 장기 슈퍼사이클인가

변압기, 전력 기기, 발전용 엔진. 한때는 주식 시장에서 변방이었던 이 섹터가 지금은 전쟁 리스크 속에서도 가장 꾸준한 수익률을 보여준 곳 중 하나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전 세계가 너무 오랫동안 전력 인프라 투자를 미뤄온 데다, AI 데이터 센터가 상상을 넘는 전력 수요를 발생시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 건설 중인 AI 데이터 센터의 상당 비율이 올해 착공조차 못 했거나 완공이 지연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가 변압기를 비롯한 전력 기기를 제때 구하지 못해서입니다. 공급 업체들도 수요 사이클이 한번 끝나면 몇 십 년을 고생한다는 학습 효과 때문에 공격적으로 설비를 늘리지 않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공급 부족이 쉽게 해소되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 밸류 체인의 흐름을 따라가 보면 구리에서 시작해 전력 기기, 발전설비, AI 데이터 센터까지 연결됩니다. 리스크 프리미엄이 높게 형성되어 있던 이 섹터의 할인율이 점차 낮아지면서 밸류에이션이 재평가되고 있습니다. 전력 인프라 기업들의 수주 잔고와 실적 가시성이 높아진 만큼, 단기 테마가 아닌 중장기 포트폴리오 관점에서 접근할 여지가 충분합니다.


삼성전자 파업, 과소평가하지 마세요

삼성전자 노조가 다음 달 21일부터 18일간의 총파업을 예고했습니다. 타이밍이 문제입니다. HBM은 맞춤형 설계부터 공장 검증까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초기 대응 속도가 무엇보다 중요한 제품입니다. 이 골든타임에 생산 차질이 생기면 가시적인 비용 손실뿐 아니라 고객 신뢰도 하락과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함께 따라올 수 있습니다.

증권가에서 산출한 직접적인 비용 손실만 30조 원 수준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고, 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도 메모리 공급 차질 우려를 보도하고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손실인 신뢰도 하락과 장기 공급 계약에서의 불이익은 이 수치보다 훨씬 클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삼성전자 컨퍼런스콜이 4월 30일 예정된 만큼, 파업 대응과 HBM 양산 일정에 대한 회사 측 입장도 시장의 관심을 받을 것입니다.


이번 주, 투자자가 꼭 확인할 체크포인트

이번 주가 지나면 이른바 슈퍼위크가 마무리됩니다. 실적 시즌도 사실상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고, 이후에는 시장을 밀어올릴 새로운 모멘텀이 만만치 않습니다. 5월이라는 달이 갖는 계절적 특성도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미국 중간 선거를 앞두고 정치 불확실성이 커지는 국면에서 외국인 수급이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고, 한국 펀더멘탈이 아무리 좋아도 글로벌 투자자들의 위험 선호도가 꺾이면 코스피도 그 영향에서 자유롭기 어렵습니다.

지금 당장 확인해야 할 체크포인트 세 가지입니다.

첫째, 4월 29일 빅테크 실적 발표에서 AI 설비투자 지속 여부에 대한 CEO 발언을 꼭 확인하십시오. 수치도 중요하지만 그 이후 가이던스와 경영진 멘트 하나하나가 시장 방향을 바꿀 수 있습니다.

둘째, FOMC 결과와 파월 의장 발언입니다. 금리 자체보다 실질금리의 방향성에 집중하십시오. 실질금리가 내려가는 방향이 확인되면 성장주에 유리한 환경이 이어집니다.

셋째, 호르무즈 해협 관련 소식입니다. 원유 공급이 제한된 상태가 길어질수록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시장의 낙관론도 흔들릴 수 있습니다.

포지션을 과하게 키우지 않게 만드는 안전장치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현금 비중을 일정 수준 유지하는 것입니다. 좋은 뉴스가 이미 상당 부분 주가에 반영돼 있는 상황에서, 예상 밖의 악재가 나올 때 추가 매수 여력을 확보해 두는 것이 장기 수익률을 지키는 방법입니다.

다른 하나는 손절 기준을 숫자가 아닌 원칙으로 세워 두는 것입니다. 내가 이 주식을 산 이유가 무너졌을 때 팔겠다는 원칙입니다. 빅테크 AI 투자 감소 신호, 또는 반도체 수요 사이클이 꺾인다는 실질적인 증거가 나타날 때가 그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투자자가 공통으로 피해야 할 함정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이미 많이 오른 종목에 뒤늦게 올라타기입니다. 단기 급등이 나온 종목들은 이미 그 모멘텀을 상당 부분 소화한 상태입니다. 충분히 공부하지 않은 상태에서 주가 상승만 보고 따라 들어가면 조정 구간을 견디기 어렵습니다.

다른 하나는 한국 시장의 펀더멘탈만 보고 안심하는 것입니다. EPS 성장률이 아무리 좋아도, 글로벌 투자자들의 위험 선호도가 꺾이면 한국 시장도 그 영향을 피해 가기 어렵습니다. 유동성과 외국인 수급 흐름을 함께 보는 시각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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