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가장 먼저 봐야 할 숫자는 유가입니다
요즘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유가입니다.
그리고 그 유가를 지금 이 순간 가장 강하게 움직이는 변수는 호르무즈 해협입니다.
4월 7일 밤, 미국과 이란이 2주간 휴전과 호르무즈 재개방에 사실상 합의하면서 시장은 즉각 반응했습니다.
4월 8일 코스피는 하루 만에 6.87% 폭등했고, 원달러 환율은 개장과 동시에 24원 넘게 급락했습니다.
반도체와 소재주 중심으로 터져 나온 상승이었고, 분위기만 보면 모든 것이 정상화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그날 저녁, 이스라엘이 레바논 전역 100곳 이상에 개전 이래 최대 규모의 공습을 감행했습니다.
사망자 최소 254명, 부상자 837명이 발생했고 이란 혁명수비대는 “휴전 합의 몇 시간 만에 어린이와 여성을 학살했다”며 즉각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 유조선 통항이 다시 중단됐고, 이란은 하루 15척 제한이라는 조건을 붙였습니다. 이란 외무차관은 공개적으로 “보복 직전 단계까지 갔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도 이란은 내일(11일) 이슬라마바드 협상에는 예정대로 참석하겠다고 확인했습니다.
테이블은 살아있지만, 그 테이블 위에 이미 뇌관이 하나 올라와 있습니다. 오늘 장은 이 팽팽한 긴장 위에서 열립니다.
코스피 5,800선 탈환 이후 숨고르기, 지금 어디쯤 서 있는 건가요
4월 8일 하루의 코스피 흐름은 그야말로 극적이었습니다. 전일 대비 6.87% 오르며 5,872.34에 마감했고, 코스닥에도 사이드카가 발동됐습니다. 삼성전자 7%, SK하이닉스 8%가 각각 폭등했습니다. 겉으로만 보면 완벽한 위험선호 장이었습니다.
그런데 4월 9일, 코스피는 이 열기를 이어받지 못했습니다.
갭 상승 출발 이후 약보합으로 흘렀고,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484억, 780억 원을 순매도하며 물량을 조용히 털어냈습니다. 개인은 1,265억 원 순매수로 그 물량을 받아냈고요. 4월 8일 미국 반등 당일에도 개인 투자자들이 ETF를 1년 만에 최대 규모로 순매도했다는 데이터가 나왔습니다.
오른 것을 팔아 현금화하려는 심리가 얼마나 강하게 작동하는지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팔린 물량을 기관이 받아냈다는 사실입니다.
주도권이 개인에서 기관으로 조용히 넘어가는 전환의 신호이기도 합니다.
오늘 장에서도 호재성 뉴스가 나오면 갭 상승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그 갭을 바로 쫓아 들어갔다가 기관 매도 물량을 받아내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을 먼저 생각하셔야 합니다.
11일 이슬라마바드 협상, 누가 테이블에 앉는지부터 알아야 합니다
공식 협상은 오늘이 아닌 내일(4월 11일) 토요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시작됩니다.
백악관은 협상단 구성을 이미 공식 발표했습니다.
| 구분 | 미국 측 | 이란 측 |
|---|---|---|
| 수석대표 | JD 밴스 부통령 | 갈리바프 국회의장 |
| 주요 배석 |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 재러드 쿠슈너 | 아라그치 외무장관 |
| 협상 기조 | 핵 농축 완전 포기 요구 | 핵 주권·호르무즈 통제권 유지 요구 |
밴스 부통령이 직접 협상단을 이끈다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 협상에 상당한 무게를 두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그러나 협상장 문이 열리기 전부터 세 가지 쟁점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습니다.
- 핵 문제: 트럼프 행정부는 우라늄 농축 완전 포기를 요구하지만, 이란은 핵 주권 유지를 종전안 1번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 호르무즈: 이스라엘 레바논 공습에 이란이 반발하며 재폐쇄, 일일 15척 제한이 걸려 있습니다
- 레바논: 이스라엘은 “레바논은 이번 휴전 대상이 아니다”라며 공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란 매체는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이 계속되면 이란이 휴전 협정을 파기할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협상이 시작도 되기 전에 파기 가능성이 먼저 언급되는 상황입니다.
오늘 코스피는 이 세 변수가 어느 방향으로 기울어지는지를 실시간으로 반영하며 움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호르무즈가 다시 막혔을 때, 유가와 인플레이션은 어디로 가나요
4월 7일 합의 직후 WTI는 하루 만에 17%대 폭락했습니다.
시장이 호르무즈 재개방과 공급 정상화 기대를 유가에 즉각 반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으로 이란이 해협 통제를 다시 강화하면서 WTI는 96~97달러대로 반등했습니다.
단 하루 만에 낙폭의 상당 부분이 되돌려진 것입니다.
이 수치들을 시간 순서로 나란히 놓아보면 시장이 무엇을 보고 있는지 훨씬 선명하게 보입니다.
| 시점 | WTI 유가 수준 | 배경 |
|---|---|---|
| 전쟁 전 (2월) | $60 이하 | 초과공급 전망, 인플레 안정 기대 |
| 전쟁 격화 최고점 | $112대 | 호르무즈 전면 봉쇄 공포 |
| 휴전 합의 직후 (4/8) | $92대 급락 | 공급 재개 기대 |
| 레바논 공습·재폐쇄 (4/9) | $96~97대 재반등 | 불확실성 재부각 |
배럴당 97달러는 연초 예상을 40달러 가까이 웃도는 수준입니다.
이 충격이 수송비, 원자재, 제조 원가 전반에 차곡차곡 쌓입니다. 진짜 문제는 실제 물가보다 물가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 자체입니다. 기대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면 돈을 빌려주는 쪽이 더 높은 이자를 요구하게 되고, 기준금리가 내려와도 장기 시장금리가 오히려 오르는 역설이 만들어집니다.
현재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4.29~4.35% 수준으로 기준금리(3.75~4%)를 40bp 이상 웃돌고 있는 것도 이 구조적 압박을 반영하는 것입니다.
종전 후에도 인플레이션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 — 이번이 걸프전과 다른 세 가지
협상이 타결되면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는 이번 국면에서 절반만 맞습니다.
나머지 절반에는 구조적으로 남는 비용들이 있습니다.
첫 번째, 호르무즈 통행료의 항구화입니다. 이란이 제시한 10대 종전안의 핵심에는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란의 영구적 통제권 확보가 들어있습니다. 통행료가 새로 생기면 해협을 지나는 모든 원유와 LNG 화물에 구조적인 추가 비용이 영구 부과됩니다. 전쟁이 끝나도 이 비용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두 번째, 이란 원유 생산 설비 피해입니다. 전쟁으로 이란의 정유 시설과 원유 생산 인프라가 타격을 받았습니다.
생산 능력이 완전히 복구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그 사이의 공급 부족이 유가를 지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세 번째, 공급망 다변화 비용입니다. 각국이 에너지와 원자재 조달 경로를 다변화하면서 기존의 가장 효율적인 방식 대신 대체 경로를 사용하는 비용이 기업 원가에 누적됩니다.
다변화는 리스크를 줄이지만 비용을 늘립니다. 그 추가 비용이 결국 소비자 물가를 밀어올리는 구조입니다.
파생상품 시장의 금리 선물 가격은 현재 2027년 3분기 이전까지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사실상 배제하는 방향으로 완전히 재편돼 있습니다. 유럽은 추가 금리 인상 방향을 공식화했고, 일본도 금리 인상 타이밍을 저울질 중입니다.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금리 환경 전체가 인플레이션과 씨름하는 구간에 진입해 있다는 점을 기억하셔야 합니다.
세 가지 변수
지금 이 시간에 확인하셔야 할 핵심 변수는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 이란의 협상 참석 의지 유지 여부입니다. 협상은 내일(11일)이지만, 오늘 중 이란 측의 추가 발언이나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 확대 여부가 나올 경우 시장이 먼저 반응할 수 있습니다. 협상 테이블이 유지된다는 시그널이 나오면 위험선호 자산이 강해지는 방향, 파기 가능성이 커지면 유가 재반등과 함께 원달러 환율이 다시 올라가는 방향으로 흐를 수 있습니다.
두 번째, WTI 100달러 돌파 여부입니다. 배럴당 96~97달러 수준에서 안정화되느냐, 아니면 100달러를 향해 다시 올라가느냐가 오늘 장의 핵심 분기점입니다. 100달러 이상에서 안착하면 인플레이션 기대가 다시 강해지고, 금리 민감 성장주에 할인율 압박이 재차 가해집니다. 100달러 아래에서 마감하면 경기 회복 기대 섹터에 매수세가 유입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세 번째, 미국 10년물 국채금리의 방향입니다. 현재 4.29~4.35% 수준에서 4.5%를 향해 올라가면 고밸류에이션 성장주에 다시 할인율 압박이 가해집니다. 오늘 미국 국채 시장이 반응하는 방향이 내일 이후 코스피 성장주 흐름에 시차를 두고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오늘 이것만큼은 피하셔야 합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개인투자자가 피해야 할 함정은 두 가지로 압축됩니다.
하나는 ‘협상 타결되면 다 괜찮다’는 단순한 공식입니다.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재편 비용은 전쟁이 끝나도 남습니다. 호르무즈 통행료가 영구화되면 유가는 전쟁 전 수준으로 돌아오기 어렵고, 금리 환경이 바뀌지 않으면 할인율 부담도 그대로입니다. 경기 회복 기대로 소비재와 산업주가 오를 수 있지만, 그 속도를 과도하게 당겨 잡아당기는 포지션은 리스크가 큽니다.
또 하나는 오전 갭 상승 구간에서 이미 많이 오른 종목을 추격 매수하는 것입니다. 4월 8일 코스피가 7% 가까이 오른 날 개인들이 ETF를 대규모로 순매도한 것은, 역설적으로 기관이 그 물량을 받아내며 주도권을 가져간 장면이기도 합니다. 오늘도 비슷한 패턴이 반복될 수 있습니다. 좋은 뉴스가 나올수록, 오전 갭 상승 이후 어느 수준에서 매수 강도가 유지되는지를 먼저 확인하고 움직이는 것이 손익비 측면에서 유리합니다.
지금 시장에서는 서두르는 사람보다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 유리할 때가 많습니다. 오늘 하루, 이란 측의 발언과 WTI 방향 이 두 가지를 먼저 확인하신 뒤 움직이셔도 전혀 늦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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